카테고리 없음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오늘도 나는 이 인사를 듣는다.

park쌤 2022. 8. 18. 07:34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고 반갑게 인사하다 헤어지는 인사는 밥 한번 먹자는 것이다.

많이 듣고 많이 하는 인사다.

정확하게는 인사치레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예전에는 밥 먹자는 인사를 들으면 바로 언제요? 하고 바로 묻고 했다.

밥 먹자는데 언제라니? 그 언제가 언제지?

“그래요. 언제요? 다음주요? 하고 핸드폰달력을 보며 날짜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쫌(?) 당황하는 듯했다.

밥 먹자며? 아니였나?

밥을 같이 먹자는 것은 그만큼 공이 들어간다.

밥 먹는 것에 무슨 공이냐고 말하겠지만, 밥을 같이 먹기로 한 사람과 “어디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라는 아주 크고 중요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인사 중 제일 많이 하는 것은 “ 식사하셨어요?”다.

밥을 먹었다고 하면 안도하고 아직이라고 말하면 뭔가 찾아줘야 할 것 같이 분주하다. 나는 이런 질문에는 웬만해서 밥을 먹었다고 답한다.

아주 허물이 없거나 하는 사이일때는 투정 섞인 투로 “아직이야, 배고프다. 뭐 먹자”하고 먹을 것을 찾는다.

그런데 요즘은 내 단골인사가 되었다.

상대의 시간과 거리, 식성 등을 조율하는 과정이
그 큰 문제인거이다.

지역에서 봉사하는 단체의 장이 되고 보니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데 가장 편하게 만남을 청하기는 식사자리가 제일 좋다.
그렇다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식사약속 잡기는 어렵다.
해보니 그것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하다.

열정이 과하게 있던 초반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2~3번의 점심을 다양한 사람들과 하려고 했다.

막상 시작하니 점심 같이 하기는 쉽지 않았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은 아니였다.

이슈가 있어야 하고, 상대와 어느 정도 친밀해야 가능하다.

내 지인중에는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다 그 사람과 친하냐고 묻는 답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주 만나 밥 먹는 사이야.“

혹은 ”밥 한번, 차 한잔 마신 사이가 아니야.“

친한지 아닌지의 정도를 밥을 얼마나 같이 먹었는지로 기준을 세우기도 한다.

처음에는 좀 당황했고 무슨 친한 정도가 밥을 얼마나 같이 먹었냐로 정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사람에게 밥은 목숨과도 같아 보인다.

따뜻한 아침밥을 기대하고 결혼을 했는데 밥을 안차려줘 싸우다 이혼까지 한다는 부부.

초반 연애할때는 다른 식성도 배려하다 결국 헤어지게 되는 커플.

밥은 그냥 밥이 아닌거다.

밥은 관심이고 애정이고 만족함이다.

자주 밥을 같이 먹게 되면 식구 같은 느낌까지 든다.

행사 후 식사를 그 자리에서 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된 적이 있다. 자리배석으로 아는 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자리를 옮길 수도 없고 심히 어색하고 난처하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하는 일과 이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

문득 눈이 마주치게 되고 잠시 이분하고 어떤 인연으로 식사를 하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큰 인연이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식구라는 한자 뜻을 풀어보면 음식을 나눠 먹는 입이다. 같이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밥은 생명인가,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법인가?

우리는 인생에서 제일 크고 중요한 고민을 죽을 때 까지 하게 된다.

매일 점심때면 뭘 먹을까 고민, 저녁때면 또 뭘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매일매일 한다.

누가 대신 해줬으면 하는 고민이다.

진짜 밥은 먹는 음식이지만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예전 코미디프로에서 “밥이야“ 라는 대사가 크게 유행어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재미를 주기 위해 만만하고 쉬운 상대에게 얄궂게 하면서 ‘너는 내 밥이야’라고 한다.

그럼 상대는 “ 나는 밥이야” 하고 우수꽝스런 표정으로 마무리를 하는 내용이였다.

여기에서 밥은 만만하다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만만하다는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편안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밥이 갖는 의미에는 만만하다, 쉽다, 이런 뜻도 있지만 어찌 보면 편하고 좋은 상대를 그리 칭하는 것은 아닐까?

같이 먹으면 식구이고 밥으로 친한 정도를 재고, 행복의 기원인데 우리는 하는 일이 재미없거나

사람이 별로일 때 툭 하고 던지는 말이 ‘밥맛’이라고 한다.
밥맛?


밥.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은 특별한 향이나 맛이 없다. 밋밋하고 딱 그 맛이다.

그런데 밥맛이라니? 좀 우습다고 해야 하나 싶다.

코로나가 시작될 때 많은 사람들은 만남을 주저했다.

코로나로 무섭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밥을 먹을때만 조심스럽게 벗고, 식사를 다 하곤 바로 마스크를 쓴다.

나에 대한 걱정보다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좀 아이러니한 내용이다. 만나 밥먹고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만남이 좋으면 조심하면서 만난다. 카페도 갈 수 없고 식사도 한적한 시간에 조용히 한다.

그래도 만난다.

밥을 핑계로.



코로나 초반 모임이 취소되고 회의도 취소되고. 많은 만남들이 취소가 되고 있다.

이참에 만남도 코로나로 나뉘는 것 같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되는 자리는 핑계거리가 생긴다.

처음에는 코로나로 불편함이 있었다면 지금은 나를 가려주는 것 같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는 시간들.

지금 시기에 밥을 같이 먹는 다는 것은 대단히 각별한 사이가 아닐까?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이 이렇게 바뀐다.

“언제 밥 한번 먹어야 하는데 ..코로나가 심해서..